전시회 서문 1

 

     대화와 정서의 환기
                                                                                    - 김승근 3회 작품전 서문 -

   현대 도시에서의 일상에 대하여 침잠된 암울한 암갈색을  이에 어울리는 색가로  설정하고 현대인의  불확실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 혹은 무기력한 권태로움 등 정신적 공황 상태를 부단히 추구하던 김승근의 작품세계는 이번 세 번째의 개인전을 통하여 또다른  관심의 전이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여전히 암갈색의 색조는 화면의 기조를 단단히 이루고  있으며 기본적인 방법론 역시 과거의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일관성을 견지하고  있으나 작가의 관심은 이제 현재의 상황에 대한 해석과 참여에서 이른바,  전통적인, 혹은  그것에서 비롯될 수 있는 정신적인 어떤 것으로 점차 옮겨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화면은 비교적 단순한 얼개로 이루어져 있다. 갈색이나 황토색을 주조로 하고 초록, 혹은 남색의  색면들로 대담하게  화면을 분할하고 있다. 이렇게 분할된 화면들에는 난초, 매화, 대나무, 달 혹은   정자 등 우리들에게  이미 익숙한 전통적 이미지의 사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즉 화면은 화 면을 구획 짓는 색면과 여기에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기성적 이미지의  사물들에 의한 이중적 구도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이중적 화면의  설정은 작가가 즐겨 채택하는 기본적인 조형의 짜임새로   이는 일차적으로는 사물과 공간의 대립과 조화,  나아가서는 전통, 혹은 고대와 현대와의 만남과 대화의 의미로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잘 정돈된 필선에 의한 난초의 모양새나 정형화된 매화의 구성등을 화면에 도입, 혹은 차용한다는 것은 어쩌면 이미  일반화된 상투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러한 기성의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는 전통적  조형들을 부담을 감수하면서 과감히 화면에 도입하고 있다. 비록 부분적으로는 주관적인  변형의 흔적이 발전되기도 하나  대부분은 여전히 화보적인 고식적 화법에 충실한 원칙적 조형을  여과없이 그대로 원용하고 잇다. 이를 만약 단순한 장식적 조형으로써의  목적만으로 차용되고  있는 것이라 간주해  버린다면 우리는 어쩌면 그 배후에 숨어있는 보다 큰 작가의 의도를 잃어 버릴지도 모른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작가의 일차적인 관심은 현대의  도시, 혹은 도시인이라는 극히 현실적이며 일상적인 주제에서 출발하여 여기에서 발생되기  마련인 어쩔 수 없는 무기력감, 불안감,  강박감 등을 그 주제로 다루어 왔다.  작가는 이와  같이 스스로 진단하고 정의한 현대를 사는 도시인에 삶에 대하여 조심스러운 처방을 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즉 이념의 혼돈,  불확실한 내일, 그리고 기계적인 일상에서의 위안처, 혹은 대안으로써 작가는 전통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의 전통, 혹은 과거는 철저한 역사인식이 동반된 엄숙하고 무거운 것이 아니다. 일차적으로는 작가는 개개의 사물들이 이미 정리되어 가지고 있는  상징성에  문학적 서정성을 더한 소극적인 차용의 단계에 만족하고 있다. 즉 대안의 제시자, 또는  전통을 통한 정서의 환기라는 제안자의 입장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침묵하는 이상 우리는 굳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전통, 혹은 과거의 실체에  대한 구체적인 규명을 강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는 역사라는 엄숙한 주제가 오늘의 우리들에게 전해주고 있는 준엄한 경고나 충고의 메시지일 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언제나 편안한 어제의 모습일 수도 있는 것이다. 피안의 모습은 언제나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변화하는 가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1993               김상철 / 공평아트센터 관장 .동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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